"연애하십니까?"

 

 

젖은 골목길을 두드리는 구둣발 소리가 멈춘다. 이사카는 더러운 도로 위, 웅덩이진 수면에 비친 제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보았다. 듣도 보도 못한 개 헛소리를 들었음에도 일말의 표정 변화 하나 없다. 가벼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든다. 제 옆에서 우산을 들고 있는 수하를 바라본다. 방금 전 발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건, 실없는 소리가 네 입에서 나왔다간 가만 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과도 같았다. 이사카는 말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이 수족으로 부리는 이들 중에서는.

 

 

"이전에는 일이 없으셔도 꼬박꼬박 나오시더니 요즘은 꼭 그러시지도 않고. 식사 때마다 꼬박 안부 전화를 하시질 않나, 저녁에는 데리러 가시지를 않나."

"그러면 다 연애하는 거다?"

"아뇨, 꼭 그렇다기보다는."

 

 

마저 이야기하라는 듯 팔짱을 끼고 올려다본다. 체격도 키도 한참이나 큰 주제에 소녀처럼 수줍게 이야기 하는 놈이 같은 패밀리라니. 너, 다른 데 가서 그러면 위엄 떨어져. 가볍게 채근하며 대답을 종용했다. 

 

 

"그럴 때마다 웃으시길래."

"내가?"

"예."

"... 그렇군."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웃고 있었구나, 내가. 가끔 트리스탄이 던지는 말에 순수히 즐거움을 느껴 작은 웃음을 터트리는 일이 있긴 했지만, 모르는 사이에 얼굴에 미소를 걸어두기까지 할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어지는 말은 없었고 그저 잠깐의 짧은 침묵이다. 기대감이 담겨 보내지는 시선은 조금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애써 무시하며 다시 발을 놀린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럼 곧 그럴 예정이시고요?"

"오늘따라 말이 많네."

"제가 대표로 물어보는 거라. 이해해 주십시오."

 

 

그때서야 이사카는 요즘 들어 평소와는 다른 시선들이 몰리고 있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적대감이라거나 위험성이 느껴지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건만 이런 의미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알았다 하더라도 딱히 반응하지도 않았을 테니 달라지는 건 없겠다마는. 

비만 오면 오르는 열 때문에 얼굴이 발갛게 뜬 오페디사노의 보스께서는 스스로 수하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생각이 없으니 순순히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너 좋을 대로 생각하라는 애매하고도 무심한 대답에 옆에서 끙소리가 들려온다.

 

이사카 반 다이크는, 이사카는.

트리스탄 로에그리아를 사랑하고 있다.

 

근데, 그래서 그게 뭐?

 

 

 

***

 

 

 

언제부터였어? 라고 누군가 물어도 마땅한 시기가 기억나지 않아 제대로 된 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 사랑해? 라고 질문해도 그 사랑에는 명확한 이유조차도 없을 테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였다. 자각하고 나서 돌아보니 벌써 이만큼이나 제 마음을 내줘버린 후라 거부할 의지조차 들지 않아 얌전히 순응했다. 어쩌다 한 번씩 심장을 꾹 쥐었다 놓는 것 같은 통증은 익히 알고 있는 종류의 것이어서 이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헷갈리지도 않았다. 이사카는 새삼스럽게도 그가 첫사랑이 아님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랬다면 제 성격상 얼마나 삽질하고 있었을지 눈에 선했으니까 말이다.

 

그래. 상기 서술했듯― 이사카는 트리스탄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부담을 주고 싶지도, 강요하고 싶지도 않아 그저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했다. 적어도 자신만 입을 다물면 겨우 만들어 낸 둘의 평화―이사카는 요즘 둘의 사이를 그리 정의했다―가 깨질 일은 없을 것이다. 자그마치 십 년 만에 찾은 안정이며 행복이다. 근래의 생활을 그렇게 이름 붙인 건 자신뿐만이 아닐 터다. 이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고작 연인처럼 포옹하고 밤마다 밀어를 속삭이고 싶다고 속내를 그대로 보이는 행동을 섣불리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래야 함이 옳았다.

 

험하게 굴려 넝마 조각만 겨우 남은 생이었고 그리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다. 아주 잠깐의 행복을 누리자고 자신의 죽음 뒤의 트리스탄을 외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고민을 해 봐도 아끼는 후배의 죽음과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은 무게가 달랐다. 그러니 이사카는 트리스탄의 생을 조금이라도 덜 우울하게 만들기 위해 아끼는 후배로 남길 원했다. 이 과정에서는 딱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제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이사카가 근 십 년간 해왔던 것이 인내였으니, 그를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더 이상의 발전을 원하지 않는 건 숨 쉬는 것처럼 쉬웠다.

 

근데, 선배. 이상하지.

그게 오늘은 참 어렵다.

 

눈의 계절엔 창밖에 우는 풀벌레 소리조차 없다. 타닥거리며 장작이 작게 터지는 소리가 아니면 두쾅거리는 심장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문득 이사카는, 이전 트리스탄이 자신에게 준 선물 중 하나인 심장 소리가 나는 곰인형에 대해 생각했다. 어쩐지 잠이 잘 오더라니 그런 이유에서였나. 분명 심장은 미친 듯이 빠르게 뛰는데 심상은 고요하게 가라앉고 머리는 빠르게 이성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도 노력뿐. 그저 사랑하고 있는 것, 그 이상을 원하지 않는 게 오늘은 참 어려웠다.

 

사랑해. 사랑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 말의 의미가 너무 커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이성은 계속해서 그저 이 상황을 모른 척 넘어가라 외치고 있었지만, 내려다보는 당신의 뺨을 잡고 입술을 집어삼키는 행동은 차마 음성으로도 내뱉지 못한 네 말에 대한 대답이다.

 

머스크와 비누 냄새.

간지럽히는 숨결.

바스락거리는 옷자락 소리.

 

자신을 감싸는 모든 것이 트리스탄 로에그리아임을 느끼며, 이사카는 십 년간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걸 바란다.

 

조금 더 살고 싶다.

 

 

 

 

 


 

 

 

드리는 말씀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후반부 중간쯤부터 해찬(12월) 인생 다이나믹 레전드로 찍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요.

전 그때 치였어요.

근데 일단 치인거고 나발이고 운영이 중요해서 괴로움이 한 발짝 늦게 온 거 뿐이었지 (ㅅㅂ)

 

러닝 이전에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있었습니다.

'트친한테 치이면 걍 가서 님캐 저 주세요~ㅋㅋ' 하면 되는 거 아냐? 라고요.

ㄴ겠냐?

 

이게 막상 제가 되니까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차마 입이 안 떨어집니다... ...

그 와중에 어떠한 선택을 한 써클... ...

그럼 난 대체 어디다 말 해?

탐관나면 좆된다는 이야기가 이거였구나 싶네요

혹시 밤마다 제가 뭔 뜬금없는 짤방 하나씩 올리고 지우는 걸 목격하셨다면 그게 제 나름 한숨이었습니다.

 

앤관은 감히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옆에만 있어줘... (지금 이사카 이입되는데 진짜 개최악)

그냥... 같이 살면서 ... 가끔 뽀뽀나 하고... (여기서부터 망하기 시작함)

그 근데 고, 고록, 을. 어법ㅂ버버ㅓㅓ

미친...

이사카야 트리스탄 업고다니고 아스트리아에 세금 30배로 내라

 

진짜 말씀드릴 게 있다면 저는 커뮤에서

뽀뽀는

좋아하는 애 아니면 안 해요... ...

심심하면 수위커 가는 인간이 뭔 개소리냐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단 말입니다ㅠㅜ

 

저 지금 뇌가 줄줄 다 녹아버려서 대체 뭔 말을 하는 건지 횡설수설 난리가 아닌데 정리하자면...

로그 내에서는 좀 애매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당연히 YES 구요...

트리스탄과... 디데이를 올리고 싶네요.

이사카는 트리스탄을 사랑합니다. 그것도 진짜 세상에 다시 없을 만큼.

 

짧아서 미안합니다... ...

 

 

2023년 12월 25일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이사카 오너 해찬 드림